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국내 선교에 가기 전 날 저녁까지도
어떻게 하면 ‘안갈 수 있을까’ 계속 머리를 굴리면서 꿍시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간증문을 나누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제 생각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구나 싶기도 하고, 하나님의 계획은 크고 놀라우시구나 싶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보은군 대양교회에서 2박 3일간 주방팀으로 사역했던 이듀립니다.
사실 저는 꿈꾸는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지 4년 정도 됐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몸담고 있었지만 제가 생각해도 늘 ‘새신자’ 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불편해지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늘 선을 그었습니다. 또 귀찮은 일은 더더욱 만들기 싫어서 매번 요리조리 피해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 주 예배도 잘 드리고, 순모임도 잘 참석하는데, 이 정도면 됐지 뭐! 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모태신앙임에도 불구하고
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제가 보기에 딱 적당한 믿음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국내 사역만큼은 꼭, 반드시, 다녀오라는 (누가 그러셨는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ㅎㅎ)
말씀을 들었을 때, 마음 한 구석이 많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막상 국내 사역에 가려고 하니까
안 하던 공부가 너무 재미있고, 할 일이 너무 많아지고, 몸 컨디션은 너무 안 좋아지고,
심지어 태풍에 비바람까지 분다고 하니, ‘갑자기’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백가지는 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꼭 가야 하는 이유는 처음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전 날 저녁 까지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다만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라는 제 옆에 말씀이 계속 제 안에 맴돌았고
대양교회로 불러 시키는 일이 분명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시키는 일이 많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쏟아진 ‘설거지’ 평생 썰고도 남을 양의 ‘파’ 당분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닭‘
아침 먹고 나면 점심을 준비하고, 점식 먹고 나면 간식을 준비하고, 간식 먹고 나면 저녁을 준비하고,
저녁 먹고 나면 야식을 준비해야 하는, 정말 ‘시키는 일이 많은’ 주방팀이었습니다.
물론 주방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장난삼아 말하긴 했지만, 저는 정말,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설거지와 파와 닭을 뒤로 하고 집에 가고 싶었던 저는,
둘째 날이 되어서야 ‘아 하나님이 이걸 보게 하시려고 부르셨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트로트에 흥겨워하던 마을잔치 날이었는데요.
부끄럽게도 저는 그 시간 내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서 참느라 혼이 났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무대를 꾸미고, 그 무대를 부족함 없이 채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청년부 사람들의 모습을 맨 뒤에 앉아서 보고 있으니,
다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뭘까?
퇴근하자마자 달려와서, 혹은 금쪽같은 연차까지 반납하면서,
잘못한 것도, 빚진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사람들인데.
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이렇게까지 열정적일까?
‘오직 하나님 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저의 신앙생활이 그동안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에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실 그 순간, 하나님은 저에게 꿀밤을 때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알겠니? 직접 좀 보고 깨달아라!‘ 하시며
마구 꿀밤을 때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자꾸 눈물이 났던 이유는 아마도 그 꿀밤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제야 땀 뻘뻘 흘리며 고생한 보수사역팀, 미용팀, 전도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 힘든 것만 생각했고, 저 불편한 것만 생각했지,
각자의 자리에서 훨씬 더 고생하며 불편함을 감수하던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기적이었던 제 모습에 저는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 신앙생활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 생각하며 딱 편한 선에서만, 적당히 넘치지 않는 선에서만, 섬겨왔고 믿어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더 자라지도, 더 커지지도 않는 믿음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제 모습이 안타까웠던 하나님은 이번 기회로
제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흔드신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교회에 다니다보면 ‘예수님처럼’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또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많이 듣고 해왔는데요. 저는 이번 사역을 통해서
그 ‘예수님처럼’이라는 참된 의미를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빚진 게 없는데 빚진 것처럼,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것처럼
아쉬울 게 없는데 아쉬운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고 사랑하는 것.
우리 드리머스 청년부가 대양교회에서 보여준 바로 그 모습이
‘예수님처럼’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도 제가 그래왔던 것처럼, 늘 새신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편하고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런 모습만으로는 예수님을 닮아가고 그 사랑을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제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도
하루아침에 180도로 변화되어서 갑자기 활활 타오르는 신앙생활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 목사님이 자주 말씀해주시는 것처럼 ‘죄된 습관’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해도, 피하고 싶어도, 저의 죄된 습관이 무엇인지 알고 반응하는 일!
하나님은 저에게 그런 반응을 원하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반응하려, 애쓰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